이번 2024 해외 청소년 오대산사고 찾아가기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유로는,  다른 수사적인 이야기들을 다 제쳐두고 순전히 일본 친구들과 함께 여러 주제에 대해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 매료되어 본 프로그램에 신청한 부분이 가장 크다. 함께 템플 스테이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지속적인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4박 5일 (2024. 10. 13 - 2024. 10. 17) 이라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헤어질 때 눈물을 보일 정도로 분명한 '마음의 오고감'이 있었다.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강원도를 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대산을 이번에 처음 방문하였다. 평창이라는 지역도 올림픽에 대한 이미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지역'은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옹기종기 버스에 모여 다른 지역보다도 유난히 추운 평창을 향해 가는 우리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젊은 열기로 가득했다. 첫날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과 함께 오대산에서 처음 명상을 했다. 분명 다들 처음 보는 자리였기 때문에 어색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5일은 분명 짧을 것이라는 생각도 스쳐지나 갔던 것 같다. 

 

 

 5일이라는 시간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로 일정들이 꽉 차 있었다. 만다라 명상, 오대산 사고 답사, 싱잉볼 명상, 월정사 박물관 방문, 승무 공연 등 5일 안으로 꽉 채워진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던 터라, 조금 더 친해질 시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서로의 시간이 아쉬웠던 우리는 자기 전의 시간 버스에서의 이동시간 밥먹는 시간까지 이용해가며 서로간의 대화를 활발하게 나눴다. 문화적인 이야기 뿐만 아닌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내가 일본 사람들과 이러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은 헤어짐의 날, 우리는 절에서 저녁을 먹고 경복궁 달빛기행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했다. 성수동에서 제공된 용돈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와 다른 한 친구는 곧 헤어질 일본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미숙하지만 일본어를 쓸 수 있는 '나'와 일본어가 아직 서툴지만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는 서로의 재능을 합쳐 전 일본 친구들을 위한 캐리커처와 편지를 쓰고나니 2시간은 순식간에 날아간 것 같다. 선물은 급하게 만들어졌지만, 마음이 담긴 만큼 친구들이 고마워해줘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 교류가 가능하다니. 가끔은 하나의 말보다 펜이 더 강력할 때가 있다는 말이 이럴 때일까.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서로가 서로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시작으로 양국간의 관계회복에 대한 논의와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지속적인 한일교류 프로그램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은 조심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에서야 K-pop, K-drama등 K-culture의 인기로 인해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며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러한 soft power적 단계에서의 관심이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단계에서 그친다고 생각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나 'K-culture'로 인한 관심도, 결국 서로의 이해와 관심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서로를 향한 미워하는 마음이 이제서야 관심의 단계에 들어선 것이며, 그 관심은 서로에 대한 이해로 연결될 것이다. 사람이 물리적인 큰 상처를 입어도 회복되는 시간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긴 시간 겪어온 미움의 역사만큼 우리의 회복시간도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 과정이 길어지고 길어질지라도 미래의 대한민국을  살아갈 이들을 위해 우리는 회복의 노력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일방적인 숙제가 아니며, 양 국가에서 마땅히 이루어야할 숙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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